실하게 여문 아랫도리는 이미 공양하고
남은 줄기들 스스로 목을 걸고 있다
이 바람 저 바람 맞으며 치렁치렁한데......
푸르던 시절의 꿈을 추억하며
제 몸의 물기를 말린다
성장하느라 억세어진 힘줄이 풀리고
푸르던 꿈마저 놓아버리고
부황이 들어가리라
별빛에 젖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지난 날들에 대한 미련이며 회한마저 잊고
무욕으로 정화하며 삭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았어
이윽고 목에서 갈증이 나고
온 몸이 바스락거리면
비로소 시래기가 되어
적멸보궁에 드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