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시래기

 

실하게 여문 아랫도리는 이미 공양하고

남은 줄기들 스스로 목을 걸고 있다

이 바람 저 바람 맞으며 치렁치렁한데......

 

푸르던 시절의 꿈을 추억하며

제 몸의 물기를 말린다

성장하느라 억세어진 힘줄이 풀리고

푸르던 꿈마저 놓아버리고

부황이 들어가리라

 

별빛에 젖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지난 날들에 대한 미련이며 회한마저 잊고

무욕으로 정화하며 삭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았어

 

이윽고 목에서 갈증이 나고

온 몸이 바스락거리면

비로소 시래기가 되어

적멸보궁에 드는 것이지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딤채를 묻으며  (0) 2019.11.20
뒷산 단풍  (0) 2019.11.15
곶감  (0) 2019.11.12
단풍놀이  (0) 2019.11.01
아름다운 밤 하늘  (0) 201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