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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채반 위에서 마르는 고사리 아침에 고사리를 제법 많게 꺾어와서 삶아 말린다나는 여러 해 전 부터 고사리 채취를 하지 않는데 아내는 틈틈이 꺾어온다본인은 먹지도 않는데도 나누어 줄 사람들이 있어서다 열 군데란다자매들과 화실 지인들, 일가 친척들에게 한 움큼씩 나누어 주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리라지금 채반 위에서 삶긴 고사리 줄기들이 마르고 있다소도 먹지 않는다는 고사리를 삶아서 말리면 고사리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한식에서는 제법 대접을 받는 고사리다이런 고사리를 음식으로 활용한 선인들의 생활의 지혜는 놀랍다그런데 고사리를 말려보면 생물의 1/10로 크기와 중량이 감소한다그런데 조리하기 위해 물에 푹 담가놓으면 불어서 원래처럼 통통해진다고사리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몫이다 제 시기에 꺾지 않으면 줄기가 억세서 식용을 할 수가 없다그래.. 더보기
장미가 피어나고 작년에 지인 한 분이 선물한 미니장미 삽목묘가 잘 자라 올해에 꽃을 피운다출입문 입구에 묘목 너댓 개를 심고 타고 오르도록 철제 아치를 설치했는데 원하는대로 되어간다작은 것이 아름답다더니 그 말이 과연 맞구나한 송이 한 송이의 개체보다도 군집하여 이룬 풍경에 마음은 흡족하고 천천히 두루 살펴보면 눈은 호사를 누리고 마은은 기쁨으로 차오른다단단하게 뭉쳐 있던 꽃몽우리들이 바깥부터 서서히 막을 열더니 감싸고 있던 고운 잎들이 벌어지며 품고 있던 향기를 발산한다한참 바로보고 있으면 생명의 생동감을 느낀다 같은 꽃이면서도 어느 하나도 동일한 모습이 아니다 피어나는 시간, 꽃의 방향, 색깔까지 모두 다르다동일한 장미인데도 서로 모두가 다르다 더보기
기린초 기린초 노란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수십 년 전에 어느 야산에 갔을 때 제법 큰 바위 옴팡진 곳에 피어있던 야생화가 나를 홀려 발 길을 멈추고 한참동안 쳐다보고 집에 와서 이름을 찾아보니 기린초라는 풀이었다한적한 산길에서 샛노란 작은 꽃들이 무수히 피어서 거무튀튀한 바위의 품에 든 모습이 어찌나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나를 기쁘게 했는지.....나중에 뜰이 생기면 꼭 심어서 함께 있고 싶었다기린초는 까탈스런 성미로 개체수가 적어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뿌리 내리고 줄기를 잘라서 꽂아두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그래서 잡풀이 많고 관리가 어려운 곳에 심어두니 왕성한 세력권을 만들어 다른 풀들을 이긴다기린초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노란 작은 별들이 많이 보인다한.. 더보기
상추 한 줌 어린 상추 한 줌을 뽑아 점심 주 메뉴로 삼는다아직 잎이 연하고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을 것 같다상추 씨를 뿌려 가꾼 것인데 요만큼 자라는데도 거의 한 달이 소요된다바람에 날아갈만큼 가벼운 흰 씨앗을 흩어서 뿌리고 얇게 흙을 뿌리듯이 덮어놓고 기다리다 솟아오른 싹을 보며 안도하고 기뻐하던 일이 있기에 상추가 오로지 한 끼의 먹거리만은 아니다오늘 점심에는 상추 외에는 감히 오를 생각을 말아라상추를 푸짐하게 통째로 넣고 간장 한 숟가락으로 비비기만 해도 넉넉하고 일미가 아닌가! 더보기
작약이 막을 열고 작약이 개막을 하는 중이다분홍으로 염색한 천막이 이중으로 사방에서 서서히 열리는 중이다열린 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빛에 돌돌 말려진 꽃잎들이 온기와 밝은 빛으로 생기를 발하며 춤을 추는듯 하다6월 초하루 곳곳이 축제다여러 새들이 기름진 목소리로 유유히 날아다니고 관람객 한둘이 축제에 취해 있다 더보기
찔레 - 견고한 철옹성 한적한 산골집 주변에 하얀 찔레꽃들이 무수히 피어난다덤불을 이루어 집단적으로 방어진을 펴고 있다해마다 커지는 가시 덤불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철옹성처럼 견고하다이 소복을 입은 꽃은 무슨 사연인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마을에서 떨어진 황무지를 터전으로 삼는다가시 투성이라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싫은 것인지 자기 방어를 위해 가시로 무장한 것인지도 모른다찔레는 마치 소도처럼 스스로를 성역화하는 것일까?어떤 권력도 침범할 수 없는 종의 신성함을 보존하려는 것일까?어떤 다른 경쟁자들에게도 꺾이지 않을 무한한 투쟁력으로 덤불을 만든 것일까?나는 멀찌감치에서 찔레 덤불을 바라보며 한 줄기 바람결에 실려오는 찔레 향기를 맡는다 더보기
5월이 지나고 5월의 마지막 날이란다 열두 장의 달력 한 장을 뜯어내려고 한다이렇게 선명한 경계가 있을까!시간을 공간화해서 엄밀하게 쪼개 만인들에게 통용되는 객관적 단위로 나눈 문명의 지혜가 돋보인다이제 5월은 과거 속으로 잠긴다이 뜰에서 수많은 화목들이 자라고 꽃 피우며 영화를 구가하던 시간들이 추억의 휘장에 가려진다대자연에서 사노라면 그런 문명의 시간이 무의미하거나 덧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그런 경계가 선명하지 않고 지연되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하고 아예 없는지도 모른다노각나무 꽃이 피어 그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으며 나와의 관계맺음을 회고하는데 한 송이 꽃이 바람결에 포르르 머리 위로 진다아직 피지도 않은 꽃봉우리사이로 낙하한다 더보기
반송 전지 주택 입구의 반송을 전지한다귀향했다고 초등 동기생들이 심어준 반송이라 애착이 가는 정원수다처음에는 전정하는 법을 제대로 몰라 어딘가 엉성해 보이지만 연륜이 쌓이면서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이제는 전지를 하면서 나무와 내가 소통하게 되고 나무가 원하는 바를 알게 되고 아름다운 수형을 잡아가며 전원생활의 멋을 터득하게 된다자연상태로 방치를 하면 가지들이 쳐지거나 겹치고 역방향으로 나기도 한다 나무의 중심부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거나 햇볕이 잘 투과되지 않게 된다그런 가지는 자연적으로 성장에 방해를 받아 세력이 약하고 결국 고사되는데 전지를 잘하면 나무가 균형이 잡히고 통풍과 채광이 잘 된다전지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된다나무 전체를 위해서 약한 가지나 위치가 좋지 않은 가지를 잘라내는 것이다이것은 자연적인 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