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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눈이 내려 쌓이고 엊그제 눈이 많이 내려 집 주위의 설경을 감상하며 겨울의 낭만을 즐긴다 돌담 너머 대밭에 눈이 덮여 독특한 설경이다 대밭에 널부러진 막돌로 직접 쌓은 돌담에 눈이 쌓여 그 너머의 죽원에 덮인 눈과 잘 어우러져 자칭 별유경으로 여긴다 설경을 느긋이 보노라니 귀향 당시의 다부진 의욕과 설레던 마음이 떠오른다 내 인생 후반기의 삶터를 고향 마을과 인접한 가리올로 정하고 집을 지었다 도시의 편리하고 풍요롭고 분주한 삶의 방식과 절연하였다 내 고귀한 삶의 주체로서 살고 싶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질박하고 노동의 참된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고 싶었다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들을 가꾸고 화목을 사랑하며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일상생활의 하찮게 여기기 쉬운 일들을 사유하며 소중한 의미를 .. 더보기
창밖의 나무 빗방울을 머금은 단풍잎이 가지에서 손을 놓는다 마지막 춤을 부채질하는 만추의 바람이 간간히 일고 하루가 다르게 가지 사이가 비어가며 앙상해진다 집착은커녕 아무 미련도 없이 스스로 낙엽이 된다 아침 햇살이 아직 매달린 잎의 얼굴을 화사하게 비춘다 바람과 나무와 내가 무심결이다 더보기
만추의 국화 친구의 집에 핀 국화 화원이다 남쪽으로 난 창문 아래 꽃밭을 만들어 놓고 이 계절의 흥취를 누린다 마당을 시멘트로 덮었어도 이런 꽃밭을 만든 주인은 정감있는 품성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넓지 않은 공간에 심고 싶은 화목류가 수없이 많을텐데 유일하게 선택받은 국화라 저 향기가 더욱 주인을 기쁘게 하리라 서리가 몇번이나 내렸는지 사방으로 제 영역 확장하던 찱덩굴마저도 기세가 폭삭 꺾인 채 겨울에 대비하는데 국화는 저리도 꿋꿋이 제 고운 자태를 잃지 않고 만개하다니 놀랍고 장한 일이로구나 저런 기개외 아름다움을 알아본 시인묵객들이 군자로 칭하며 높은 절개를 찬양하니 그 또한 멋스럽구나 더보기
마로니에 낙엽은 쌓이는데 나무가 비어간다 마로니에 가지에 매달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려 바닥에 수북히 쌓인다 마로니에 잎은 낙엽이 되어도 잎맥이 선명하고 곱구나 아직은 색을 잃지 않고 오그라들었구나 차츰 더 마르고 가벼워지며 바람이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부서지겠지 나무에 달린 잎은 이제 몇 잎 남지 않았지만 길어봐야 며칠 내에 낙엽이 될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가.비니 창공이 그 자리를 채우며 푸르러진다 유심히 보니 가지마다 작은 생채기 같은 움이 있다 나무의 요정들이 저 움막에 모여서 활동을 중단하며 다가올 겨울을 버텨낼 준비를 하겠지 지난 여름의 영화를 추억하며 치열해진 숨을 고르며 동면에 들겠지 더보기
뜰을 손질하며 뜰을 손질한다 생명력이 분출하여 왕성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자연상태는 인위적 정돈이나 질서 상태가 아니라 혼란스럽고 어수선해질 수 밖에 없다 대자연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인 도는 특정한 대상을 선호하여 간택하지 않는다 모든 식물들의 생존 욕구를 모두 포용하기에 선택적 시혜를 배풀지 않으며 선택적 징벌 역시 하지 않는다 빈 땅만 있으면 사람들이 잡초로 여기는 것들까지도 왕성한 번식과 생장을 한다 덩굴이 인접한 나뭇가지를 휘감기도 하고 나뭇가지들이 엉키기도 하고 허약한 나무나일부 가지들이 말라서 도태되기도 한다 또한 화목류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종간에 치열한 경쟁으로 전장을 방불케 한다 뜰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의식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고 관리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상태에 인공의 미를 가미한다 개나리.. 더보기
쑥부쟁이 만발한 뜰에서 가을은 누가 뭐래도 국화의 계절이다 쑥부쟁이가 가을의 뜰에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뒷쪽에 병풍처럼 가린 바위의 품에 안긴듯 포근하다 자줏빛을 띤 작은 꽃들이 무수히 피어 이 가을의 정취를 보여준다 손바닥만한 땅이지만 여러 종들이 경쟁을 하다가 현재 주인이 되어 있다 그러고도 어느 한 구석, 승자의 교만함이라곤 없이 의연하기만 하다 언제인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를 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투쟁력과 끈기는 제 종의 번식을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더보기
단풍이 드는데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자작나무 잎들이 노란 손을 흔들고 있다 엊그제보다 더 진한 노랑 잎들이 바람과 눈이 맞은 것처럼...... 간간이 부는 바람이 거세지면 어깨춤을 추기도 하는데 옆에 있는 담쟁이 잎들이 부러운듯 지켜보고 있다 낮술로 취한 것처럼 새빨개진 얼굴의 담쟁이 덩굴이 전봇대를 타고 올라 자작나무의 키와 얼추 비슷하다 긴 팔을 갖지 못한 담쟁이는 음풍가무를 즐기지 못하지만 황혼의 낙조처럼 침묵 속의 깊은 여운을 담고 있다 이제 차츰 가을이 저물어 간다 아직은 온기가 있는 볕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식어갈 것이고 잎들은 매달린 가지에서 손아귀 힘이 약해지며 떨어져 내릴 것이다 퇴색된 낙엽들이 뒹굴다 마르며 부서지며 이 계절이 막바지에 이를 것이다 더보기
야콘캐기 한바탕 빗줄기가 지나가고 곧 추위기 닥칠 것이란 예보에 야콘을 캔다 고구마는 군데군데 알뿌리가 없어 재미가 없는데 비해 야콘은 실한 알뿌리가 많아 이도 달렸다 내가 보탠 수고라고는 모종을 사서 비닐을 씌운 밭두둑에 심은 것 뿐인데 돌아오는 보답이 황공할 정도다 이 밭은 돌투성이라 작물들이 자라기에는 박토인데도 까탈스럽지 않은데다 병충에도 강한 야콘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