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피어났다가 지기까지 불과 며칠이다
우리는 꽃의 개화를 기뻐하며 만발한 상태를
마치 축제처럼 여기며 흥분한다
낮게 쌓은 돌담 위에서 횡으로 길게 늘어트린 가지 위
백매가 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너머로는 대밭의 잔가지들이
바람결에 제 몸을 맡겨둔 채로 흔들거린다
꽃이 피고지는 일이나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일이나
밥 먹고 차를 마시는 다반사처럼
자주 있는 일이건만 한가로운 마음의 여유가
꽃의 몰락을 사유하게 한다
생명체인 화목류도 마치 사람처럼
생애의 몇몇 단계를 거치며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
떡잎이 나오는 일이나
가지가 벌어나는 일이나 개화하는 일이나
씨를 맺는 일이나
낙엽을 떨구는 일이나
모두가 절대적 의미를 가짐으로써
가치의 경중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꽃은 영화를 연장하지 않는다
제 생애의 가장 화려한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의 과업을 완수하고 다음 단계와 과업을 향해
조금도 빈 틈이 없이 이행해 간다
자연의 이법은 이렇듯 냉엄한 질서와 조화를
물 흐르듯 이행해 가는구나
모든 일들이 때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구나
수류화개의 오묘한 질서와 법도를
나에게 가르치는구나
아아!
봄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