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물조리개로 밭을 흠뻑 적신다
12리터의 물조리개로 50번 정도를 준 것 같다
사람들은 물을 준다고 하지만 나는 밭을 흠뻑 적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밭에 작물을 심은 후어 물을 주는데 나는 빈 밭에 물을 뿌린다
어떤 날은 비오는 날에도 빈 땅에 물을 뿌린다
상상력으로 놀이를 하는 어린이처럼 의미있고 즐거운 놀이다
직접 기른 미생물을 흙이란 바다에 풀어놓는 놀이라 여기는 것이다
낙엽이 썩은 자리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마치 물고기와 같은 것이라 여기는 천진한 발상으로
이 일은 하나의 유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흙은 생명을 품는 태반이다
태반은 양수의 바다와 같으니 미생물을 풀어서 태반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리라는 생각에
시간 가는 줄도. 힘드는 줄도 모른다
물로 대지를 적시며 송가를 부른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수억의 작은 요정들아
흙의 단단히 맺힌 덩어리 사이로 파고들려무나
흙의 상처에 흘러들어 치유해 주려무나
메마르고 차가운 대지를 덥히고 안마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