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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무용(쓸모없음)의 쓸모

무용이란 글을 새긴다
허름한 비닐돔에서 햇볕을 듬뿍 받으며.......
창칼로 금을 파거나 평도로 바닥을 따내며 수없이 망치질을 한다
그 망치질에도 사유의 샘은 멈추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뭐 하느냐고 물으면 쓸데 없는 일을 하는 중일세

여기 글도 무용이 아닌가 허허

무용지용은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가리키는 역설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라거나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충무공의 어록도
이와 비슷한 역설이다

일견 모순적이면서도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면 놀라울만치 타당함을 알 수 있다

노자의 무용은 없음이나 비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음 속에 사심이나 탐욕을 버림으로써

속박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이다
즉 텅 빈 충만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채움(만)이 용이라면
비움(허)은 무용이다
비워둠으로써 채움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쓸모가 있대고 해서 늘 그 효용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불어온다
이 겨울에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내 좁은 기준으로만 해석하지 말자
비록 내가 좀체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당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글은 새겨서 무얼 하려는가?
모르겠어
그냥 그저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뿐이네
이 작업의 결과로 얻어지는 나무 판자 따위는 쓰레기일 뿐이네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의 몰입과 무한한 사유 과정이 보다 가치있는 일이라 여기네

쓸모없는 일을 하며 쓸모를 발견하며 씩 웃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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