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로 가지에 머물자 새의 무게만큼 가지는 쳐지며 물방울들이 황급히 손을 놓고 우루루 떨어진다
장마가 시작되자 열혈처럼 이글거리던 태양이 먹구름 뒤편으로 피신한다
물의 기세에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불의 뜨거운 본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우유자적하다 미풍이 건듯 불자 이에 호응하는 잔가지들과 잎들은 가식없는 진실함이다
잎 끝에는 또 다른 물방울이 매달리며 무한한 반복을 거듭한다
「일 없다」
어느 선어가 뇌리를 스쳐간다
오늘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 텅 빈 마음에 담기는 풍경이다
창 밖의 한참 응시하며 한가로운 마음에 사유의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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