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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

으아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으아리 나긋나긋한 허리가 미풍에도 흔들린다 작디작은 꽃망울들을 품은 으아리는 바람을 시련이라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바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욱 고양 시킨다 바람과 공명하는 잎사귀들과 유연한 허리로 생동감이 살아난다 허공으로 길을 내는 촉수는 섬세하지만 용감한 전위대다 누가 저들을 유약하다고 할 것인가? 전신을 떠받치는 꼿꼿한 척추만이 강인하다는 발상만이 늘 옳지는 않다 흔들리는 버스의 손잡이에 의탁하는 승객처럼 주위의 환경을 활용하는 저 민첩함과 융통성은 강인한 생명에의 의지다 지금 촉수가 바람에 흔들리며 옆의 잔가지에 닿을락말락 한다 내가 손잡아주지 않아도 내일 쯤이면 너끈히 깍지를 낀 것처럼 단단할 것이다 더보기
어떤 노파심 무슨 한정판을 선착순으로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밤샘 노숙을 한다 체면 따위는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물건을 구매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연 그 물건을 꼭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물건이 불치병을 치료하는 약이라면 합당한 노력으로 간주되겠지만 그런 물건은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런 이벤트가 상업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고객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장사꾼들의 교묘한 노림수에 무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있다 더보기
으아리 큰꽃으아리가 만개한다 매년 이맘 때는 으아리 개화를 기다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마치 우연처럼 꽃을 불쑥 접하게 된다 꽃이야 나를 의식할리가 없지만 내가 괜스레 꽃에게 미안해진다 사람이 한결 같지 못한 때문이리라 더보기
밭을 일구며 요며칠 밭을 일군다 100평 정도나 될까 남들은 요정도 면적이라면 관리기의 일로 여기겠지만 나는 아직 근육의 일로 여긴다 네 발 달린 쇠스랑으로 땅을 뒤엎는 일이 생산의 여신에게 바치는 봉헌의 의례와 같다 쇠스랑을 놓고 여러 번 밟아서 땅속 깊이 찔러넣고는 양손으로 지렛대질처럼 젖힌다 주변에 균열이 생기고 요동치며 상하좌우가 뒤바뀐다 생산의 원동력은 변화와 혁신에 있음을 무수한 반복적 노동을 통해 깨닫는다 기존의 구조만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지니 땅을 뒤엎으라는 것이다 메말라 파삭파삭한 흙과 수분을 머금은 흙이 뒤섞이며 땅은 새로운 기운으로 충전된다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상생의 기초다 햇빛을 누렸던 지상의 흙과 그러지 못했던 지하의 흙이 처지가 바뀐다 무사안일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는 혁신의 계기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