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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왕피천 상류에서

 

내가 둥지에 날개를 접던 어제 밤도

분주하게 아래로 아래로 길을 걷던 강.

오늘 그 강을 나는 거슬러 오른다.

 

 

 

 

 

강을 지나 차츰 야위고 수척해지는 내에 닿으면

강이 자라며 꿈꾸던 어린 시절의 웅얼거림이 들린다..

이윽고 나타나는 실개천

꿈마다 입이 있는지 많은 재잘거림, 기가 솟구치는 아이들의 교실

이제 조금 더 오르면 실핏줄 다발 같은 갈림길에 서겠지.

 

 

 

 

 

나의 여정은 끝이 나고 내 발걸음은 닿지 않겠지만

근남 앞 바다로 흐르며 일생을 다하는

큰 강의 장엄한 침묵을 듣기 위해 왕피천의 태반까지 향하고 싶다.

 

 

 

 

 

 

강의 근원을 찾아가는 순례자처럼.

 

 

 

 

왕피천!

이름만 불러도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강이다.

 

이 강이 좋아 미친듯이

포항에서 울진까지

예전의 불편하고 먼 길을 얼마나 찾아갔는지.

어느 여름방학의 절반을 혼자서 강가에서 살기도 했었다.

그 때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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