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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매미의 노래

찌르르르ㅊㅊㅊㅊ....맴맴매매매ㅁㅁㅁ

매미가 운다.

매미 울음 소리로 밤나무 숲이 분주하다.

쉴 새 없이 그치지 않는 저 왕성한 삶의 의욕에 숲이 통째로 흔들린다.

 

 

 

 

 

매미가 운다고 여기는 우리의 정서는 정한(情恨)적이다.

웃음의 유쾌함과 건강의 실용보다는 울음에서 응축된 한을 풀어내는

카타르시스의 미학을 생활화했던 민족인 까닭이다.

 

 

매미의 일생을 보면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성충으로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

지금 목청을 돋우어 울어대는 저 매미는 성충의 건강한 소리다.

그런데 지상에서 성충으로 사는 기간이 한 달 밖에 되지 않는데 7년 정도를

애벌레로 지하에서 산다는 사실이 우리의 한의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진 것이리라.

 

 

 

 

 

 

매미 소리를 듣노라면 이 여름은 치열해진다.

이 여름을 날기 위해 예비하던 긴 세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여생을

치열하게 노래하는 것이리라.

 

 

 

하루 하루는 매미에게 환희와 기쁨인 것이라고

그건 슬픔이 아니라 차라리 치열함에서 복받쳐 오르는 노래인 것을.

실존을 찬미하는 악사요 음유시인이요, 가객(歌客)인 것을.......

 

 

 

 

 

나는 소리의 요정

노래하기 위해 기다리며 꿈꾸어 왔지

 

이 여름 뜨거운 태양의 그늘 아래

내 삶의 무대에서 열정으로 노래하리라.

 

목청 높여 부르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 한다네

 

우리에게는 어제도 내일도 없다네

오로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찬미할 뿐 

 

산다는 것은 노래하는 일이지.

생명의 환희를 예찬하는 일이지.

 

 

 

 

 

매미는 탈바꿈을 한다.

탈바꿈은 새롭게 나기 위한 무한한 희망과 설렘 그리고 지독한 고통이 수반되는 변신인 것이다.

자신의 육체와 영혼과 전 존재를 새롭게 변화 시키는 변화요 혁명이요, 존재의 개벽이다.

최상의 존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영광과 고난의 과정을 몸으로써 겪는다.

 

 

 

매미 소리를 듣다가 어느새 경건해지는 이 여름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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