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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제백석의 게 그림을 감상하며

 

제백석의 게 그림을 감상한다.

우리는 대개 그림이라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산수화라던가

사군자로 일컬어지는 매난국죽의 아름다움을 연상한다.

 

 

 

 

 

그런데 이 그림은 딸랑 게 한 마리, 두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소재도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는가?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화가는 놀랍게도 통념과 상식의 벽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비유해서 말하면 자연이 풍경을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생명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접사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개구리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오르는 스냅 사진 같은 그림,

새우 몇 마리가 빳빳하고 긴 수염이 서로 엉키어

화면을 적절하게 분할하며 굴신하는 몸통에 초점을 맞추는 그림

대나무 쭉 뻗은 몸통처럼 곧고 단단한 다리를 가진 게

몇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

 

 

 

 

생명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관심은 그 생명체의 사소한 동작까지도 포착하고

세밀한 부분까지도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저 생동감을 농묵과 담묵을 적절히 사용해서

일필휘지하니 아름답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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