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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교황 요한 23세와 운문선사

  

교황 요한 23세에 대해 관심을 가진 까닭은 그의 인간됨에 있다.

참으로 위대하고 매력적인 인물로서 존경심이 솟구치는 분이다.

나는 그분의 말 한마디에 감격을 금할 수 없다.

그가 82세 되던 해, 그러니까 교황으로서 재임했던 6년간의 5년째 해이자 돌아가기 1년 전인 성탄절에

이 해를 넘길 수 있을가어느 날이고 다 태어나기 딱 좋은 날이고, 어느 날이고 딱 죽기 좋은 날이다.”

 

 

                                              

                                                                (요한23세)

 

 

 

이 말을 듣는 순간 운문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란 귀절이 떠오른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것이다.

운문이 제자들에게 15일 이후 즉 보름달 이후에 대해서 물었는데 깨달음에 대한 선문답인 것이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자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지.>라고 한 것이다.

 

 

깨달은 사람은 자유롭다. 깨달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날 수가 없고

더 이상 좋은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운명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다는 것이다.

 

 

 

                                                  

 

                                                                 (운문선사)

                          

 

요한 23세나 운문이나 이미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선 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요한 23세는 죽기 전날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을 향해 성모 마리아 찬가를 불러달라고 하면서

<힘을 내! 지금은 눈물 흘릴 때가 아니야. 지금은 기뻐하고 찬미할 순간이야.>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옆 자리의 의사를 위로했다고 한다.

<박사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여행 가방은 벌써 꾸려 놓았습니다. 떠날 순간이 오면 머뭇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머뭇거리지 않는 아름답고 밝은 마음

죽음의 순간에도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찬미하는 온전한 신앙인

불교니 가톨릭이니 하는 경계를 넘어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분이다.

 

이 아침이 조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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