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선바위에 쇠로 만든 계단을 걸어오르는 사람들을 보다가
언뜻 한 생각이 스쳐간다.
정복자는 개체의 고유성이나 자유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의 편의와 이익에 따라 행위한다.
이제는 바위에다가도 코뚜레를 채우고 부리려하는구나.
바위의 정수리를 밟고 오르는구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상상하는 사람들아.
저 철계단 앞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자.
바 위 아래에서 목을 젖혀 올려다보며
탄성을 내뱉으며
바위가 일어선 사연이며
금이 간 세월의 깊이를 상상하자.
직벽 틈새에서 자라는 나무의 강인한 근성을 배우고
높은 것에 대한 외경심을 싹트게 하자.
바위의 도도한 자존심 앞에서 고개를 숙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