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꺾는다.
해마다 이맘 때만 되면 누리는 연례적인 산행이다.
봄볕에 고개를 세우며 하루가 다르게 솟아나는 고사리들이다.
여기서 저기서 쑥쑥 제 키를 발돋움한다.
(애기붓꽃)
고사리를 꺾다가 오르막을 오르다 거칠어진 숨을 가라앉힌다.
저기 웅덩이는 멧돼지가 쉬어가는 곳이로구나.
자칫 고사리를 탐하다 숨이 거칠어질까 봐 틈틈이 앉아서 쉰다.
구름이 스러진 하늘은 연청색을 띠고 호수처럼 맑다.
한 점 바람이 건 듯 불어 여린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초목은 움추렸던 사지를 펴고 생명의 기지개를 켜고
그 호흡이며 약동하는 기운이 넘치는 때다.
(멧돼지 목욕탕)
문득 스쳐가는 많은 상념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고사리 피어나고 바람은 일었었지.
내가 죽어서도 이 산에는 고사리 피어나고 바람이 일 것이다.
누구에게든 열려있고 맞아주지만 스쳐간 선인들의 땀이며 한숨을 이 산은 기억하지 않는다.
산은 그저 산일 뿐.......
(깔비 틈에서 고사리 하나 쑤욱~~)
나는 이 산에 건 듯 부는 바람처럼,
하늘에 이는 구름처럼
나무에 돋아나는 가지 하나처럼
지금 이 순간을 흐르는구나.
(어린 생강나무 틈에서 키를 돋우는 고사리 )
참으로 아무 것도 아니구나.
아무 것도 아닌 나의 존재로구나.
우쭐대고 폼재며 욕망에 사로잡힌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초라해진다.
한없이 내가 작아지고 내가 낮추어지고 내가 비어가야 하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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