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동생에게 잔소리쟁이다.
시시콜콜한 일들이 모두 내 입방아에 오르는 소잿거리다.
늘 잔기침을 콜록이면서도
한 시간마다 한 대씩 부지런히 담배를 피우는 일도 그렇고
유선방송 설치비용이 아까워 미루고 있으면서도
동기회에 백만원을 순식간에 기부하는일도 그렇다.
미셀 투르니외의 방드르디라는 원주민 같은 동생이다.
아무런 욕심 없이 해맑은 웃음을 띠고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못마땅한 것인지
로빈손크루소처럼 제독이 되어 가르치고 나무라기 바쁘다.
합리를 들먹이며 어쩌고저쩌고 자기관리를 어쩌고저쩌고 라며
툭툭 던지는 말이 듣기가 거북했던지 한숨을 '푸우' 쏟아내는 일이 고작이다.
그런 동생이 육십이 되어도
한 번도 내 앞에서 담배를 꼬나문 적이 없는데다
대놓고 눈을 부릅뜨거나 반박한다는 생각조차 가지지 못한다.
나보다 못 사는 게 안타까워 내 것 네 것 없이 지내려
문중의 밭뙈기 하나를 얻어 함께 일하려 하는게
좋은 말로 하면 재능 기부요
내심은 어설픈 동생에게 농삿일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오늘 아침 들깨밭에서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그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동생은 나와 가급적 멀리 떨어지려 저어쪽 고랑에서 일을 한다.
내 잔소리를 피하는 유일한 방어 수단인지........
슬쩍 자리를 피해 담배 한 대 피우기도 좋으려니와
형의 잔소리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것이 상책이라 여겼음이 분명하다.
(얍복나루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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