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추석을 기다리는 마음은 참으로 간절했었다.
추석이 손꼽아 기다린다는 표현이 그 마음을 잘 비유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꼽을 손가락 하나가 줄어드는 간절함을 경험했었다.
명절에 가까운 5일장을 대목장이라고 불렀는데 작은 면소재지의 시장에는 웬 사람들이 그리 붐비는지........
추석치레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이들의 신발과 옷이었다.
검정 운동화의 진한 고무 냄새를 맡아보며 신발끈을 이리저리 꿰어가며 옷장 안에 넣어두었다가
당일 아침이 되어야 신으며 기쁨을 유보시키곤했었다.
명절에는 떡이며 고기 등의 맛난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다림을 부채질했다.
마을에서 가끔 돼지를 도축하곤 했었는데 돼지 멱따는 소리는 축제의 나팔이었다.
짚으로 묶은 돼지고기 몇 근을 들려주시며 엄마에게 갖다 주라는 선친의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마을의 물방아가 돌아가며 떡가루를 빻고 가가호호 송편을 만들어 먹곤 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외지에 나간 사람들이 속속 귀향하며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출세하고 돈 많이 벌어서 일가친지들과 함께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내고 정을 나누었다.
귀향하는 이가 어쩌다 자가용이라도 타고 오면 부러움의 시선과 소문은 금방 동네에 돌았다.
그런 명절이었건만 지금은 어떤가 반문해 본다.
그 달은 그대로건만, 그 송편 맛도 변함없건만
왜 이리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비는 것인지.......
부족함이 없어서 일까?
기다림이 없는 것일까?
동심을 잃은 것일까?
역시 명절은 빈한하던 어린 시절에만 유효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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