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이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인공의 조급함과 억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정(自淨)을 회복해 나간다.
벌써 몇 송이의 연꽃을 피운
줄기에는 성숙한 연륜이 쌓이고
부황 든 잎은 임무를 마치고 이제 사위어 가는 중이다.
달빛을 품고 바람 소리를 담으며
바람결에 실려온 소금쟁이가 유영(遊泳)하며
청개구리 몇이 소란을 떨며
어리연과 부레옥잠 일가의 번성을 지켜보던 연못
오류지(五柳池)라 부를까라며
손가락 굵기의 삽목 다섯 그루가 자라
제법 키를 돋운 수양버들 아래에서
한 밤의 정적을 깨우던 물소리에
젖으며 그윽해지던 날들
이 사유의 뜰에서
허정(虛靜)의 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