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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팔달문을 바라보며

수원에 가면 팔달문이있다.

팔달초등학교도, 팔달구청도, 팔달로도 있는데 모두 팔달문에서 연유한 이름들이다..

정조대왕의 하명을 받고 채제공의 지휘와 다산이 설계한 수원화성의 주요문을

팔달문이라고 이름지은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 팔달문에서 가장 가까운 2층 커피숍에서 앉아있다.

시선을 집중 시키며 이런저런 사색에 잠긴다.

팔달문의 2층 우진각 지붕, 지붕 처마에 앉은 잡상들,아치형으로 뚫린 대문의 통로, 태극문양과 귀면상들,

옹성과 경사가 급한 돌계단을 천천히 바라보며 문화 유산을 아는 만큼 향유한다.

볼수록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문의 둘레로 길을 만들어 로터리가 된 사통팔달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팔달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요즘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의 하나인 <생활의 달인>을 떠올린다.

주로 노동의 현장에서 뛰어난 감각과 경험으로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해서 시청자들을 탄복케 한다.

달인은 지식이나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기 때문에 막힘이 없는 사람이거나 한 분야의 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한 분야에 통달한다는 것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경험에다가 천부적인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떤 사회에도 어떤 분야에도 달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달인은 사회적 경쟁의 소산이기도 하고 노동의 우상이 되기도 한다.

달인이 우대받는 사회는 공정하고 활성화된 사회다.

달인들이 많은 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회다.

뛰어난 박사는 전공 학문 분야의 달인이고 지명도가 높은 배우나 탈렌트, 가수 등은 관련 예능 분야의 달인들이다.


 

팔달의 사전적 의미를 더욱 구체화 시키는 것이 사통팔달이다.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능해서 막힘이 없다는 상태다.

팔달은 한 사회의 이상적 경지이기도 하다.


정조의 애민이랄까 휴머니즘이랄까!

한으로 남겨진 선친의 불행한 죽음을 극복하고 승화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쌓으면서 이상적인 나라를 구현해 보려는 개혁적 이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백성들을 이주시켜 실제 생활에 유익하고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수원성을 축조했던 것이다.

 



팔달문이란 현판 석자 뒤에서 들려오는 정조 임금의 애민의 음성을 듣는다.


백성들이여!

화성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내 선친과 어머니의  능침이 있는 곳이오.

그리고 나도 죽으면 이곳에 묻히기를 원하오.

나는 충성스러운 신하와 백성들의 도움으로 이곳에 화성을 만들었소.

 화성은 내가 꿈꾸었던 백성들의 무릉도원으로 만들고 싶소.

이 문을 중심으로 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자유롭게 장사를 하기를 바라오.

이 길은 사통팔달하여 막힘이 없을 것이오 

백성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구름처럼 모여들어 생활이 이롭고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바이오.

 


성문의 명칭이 정조 임금의 애민사상의 정곡(正鵠)을 찌르는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간결하고 멋스러운 표현인가!


八達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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