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에서 나무를 다루고 뜰에서 화목들을 돌보고, 들에서 땅을 파고 씨를 뿌린다.
서재의 많은 책들을 읽고,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일상이 대부분이다.
인터넷이 만든 신인류로 블로그족이 있다면 나는 분명한 블로그족이다.
블로그족은 당당한 주체로서의 삶을 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자들이다.
블로그를 매일 하나씩 포스팅 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자유롭고 사적인 공간에서 자기 표현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것 같아도
그것은 생생하고 온전한 내 삶이기에 자신에게는 소중한 것이다.
생계와 관계되지 않는다고, 사회적인 행위와 무관하다고,
특별한 비중도 없는 일상적인 삶이라고 비하하거나 도외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나는 자신과 대화한다.
현실 속에서의 나 자신과 온라인상의 자아와 대화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회고하고 성찰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기고만장한 나르시스트가 되기도 하지만
원래 블로그 공간이 사적인 자유의 영역이라 지나치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블로그를 욕망의 창고로 애용하는 이들을 나는 외면한다.
자신과 관련없는 자료들을 잔뜩 쌓아두고 방문자수를 늘리는데 혈안이 된
소유의 새로운 형태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아무런 성찰도 자기 쇄신도 없는 남의 것으로 잔뜩 쌓아둔 욕망의 선반들이다
블로그를 통해 삶을 돌아보는 행위들은 살아가는 생생한 호흡이요 맥박이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사소한 일상마저도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싱싱한 삶의 순간들이다.
삶에 대한 끊임없는 표현들은 내 존재에 대한 욕구요, 귄리요, 향유인 것이리라.
그것은 존재하는 삶의 충만한 누림이다.
나는 마르크스를 진정한 휴머니스트라고 부르며 존경한다.
그의 이 말 한마디는 존재와 소유에 관한 매우 간결한 요약이다.
당신의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그리고 당신이 삶의 표현이 적어지지면 적어질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당신의 삶은 그만큼 소외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생명과 인간성에 관해서 당신으로부터 빼앗아 간 모든 것을
그는 돈과 부의 형태로 되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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