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입구의 우체통에 얽힌 추억이 있다
이번이 두번 째인데 곤줄박이가 여기어다 알을 낳고 부화하고 샊들을 기른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우체통을 산실로 이용하겠다는 곤줄박이의 뜻을 알아차린 것은 그 안에 지푸라기와 마른 고사리 등이바닥에 깔려있는 것을 본 후였다
유심히 살펴보니 새 한마리가 우체통 가까이에서 경계를 하다가 안심이 되면 우편물 투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집배원이 넣는 우편물이 일주일에 두세 번이어서 곤줄박이는 늘 불안과 초조함과 긴장감이 고조되었던 것이다
집배원에게 새끼를 까고 있으니 우편물을 투입하지 말고 옆에 두라고 부탁을 했지만 앚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어느날 조심스레 문을 열었더니 있어서 새끼 몇마리가 죽은듯이 웅크려있었다 얼른 문을 닫아주고 며칠이 지났을까?
혹시 죽은 것이 아닌가 싶어시 숨을 죽이며 문을 열었더니
눈앞에 세찬 바람처럼 휘익 새 서너마리가 날아간다
나도 놀라고 새들도 기절초풍하듯이 놀랐으리라
그제서야 곤줄박이 가족들의 무사함에 안도하였다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이 우체통이 지닌 아름다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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