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월남쌈샤브샤브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한가득 나오는 여러 종류의 채소와 얇게 썬 쇠고기,얄팍한 원형의 전병들과 세 종류의 소스,
국수 등이 차려지고 즉석에서 조리하게 전골 냄비에 육수를 넣고 불을 켜준다
야채와 고기가 함께 어우러져서 특유한 향미를 풍기는 음식맛이 좋다 양도 풍부한데다
채소는 얼마든지 직접 리필할수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이런 외식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새로운 흥미를 가지고 동행한 분의 익숙한 솜씨를 지켜보다가
몇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대화를 나눈다.
음식이 맛있는데.......
기름지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취향에 맞을 뿐 아니라 맛도 좋아
게다가 신선해 보이는 다양한 채소와 소스의 색깔이 시각적 만족을 주는데다
쌈이라는 전통의 음식문화와 이국의 문화와의 공통점이 어딘가 편안함을 주고
또 즉석에서 약간의 요리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 우리 대중들의 취향에 부합된 것 같기도 하군.
이국의 음식 문화가 수입되어 성공적으로 안착한 음식의 대표적 사례인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나는 내가 평소에 즐겨먹는 나의 식사와 비교해 본다네.
전원생활을 하는 나의 대표적인 식사가 비빔밥이라네.
나는 식사를 단순히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라 그 범위를 넓게 생각한다네
식사 직전 텃밭에서 야채들(돌나물, 참나물, 제피순,상추 등)을
직접 가져오는 일부터가 식사라고 여긴다네.
그런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생각들이 밭을 향하는 내 발걸음마저도
보람과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고 여기네.
약간 큰 사발 하나에 밥과 신선한 야채들을 모두 담고 숟가락 하나만으로도
세팅이 되는 간편한 음식이라 힐링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네.
나는 여행 중이라 풍성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하기도 한다네
이 음식들은 맛잇지만 음식과 나는 서로 소외된 관계가 아닌가!
에구구. 너무 생각이 깊어 밥맛 떨어지겠네. 그저 맛있게 즐겁게 식사하면 될일인데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일상적인 것에도 의문을 가지고 특별한 것으로 대하고
익숙한 것을 서투르게 댕연한 것을 이상하게 대하고 싶어진단 말이네. 이해하게나.
나는 누가 어디서 누가 어떻게 기른지도 모르는 채소들과
어떤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는지도 모른 채 단지 결과물만을 먹을 뿐이네.
나는 완전히 따돌림을 당하고 밥이나 많이 먹는 아이가 되고 싶지 않단 말이네
이 음식의 재료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동과 분업의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시장에서 유통된 것들이라 음식을 먹는 나와는 매우 낯선 관계가 아닌가?
반면에 내가 집에서 먹는 식사의 재료들은 내가 직접 땅을 파고 씨 부리고 거두며 생산에 참여하면서
나는 채소들의 성질이며 특성들까지도 파악하고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꾼 소중한 체험이 녹아있다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복잡한 유통 과정 없이 식탁에 오른 것들이지.
나는 상추의 연한 어린 잎의 부드러움과 연한 제피순의 강한 향기, 비를 맞아 연해진 참나물의 약간은 쓴 맛들을 음미한다네
농사를 짓고 음식을 직접 조리하며 내가 삶의 중심에 당당히 살아있다는 생각을 한다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단 밀이네
주인은 일의 중심, 주체가 되는 것이라네
남이 담근 맛있는 김치보다 내가 서투르지만 직접 담근 김치가 맛은 덜하겠지만 의미있는 것이라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공룡에 길들여져 있다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무한한 번영과 부를 보장해 주는 것 같지만 때로는 사람을 소외 시키기 일쑤라네.
너는 네가 잘하는 일 하나만 해. 돈은 두둑히 쳐줄테니까.
뭘 다 알려고 하나. 그저 시키는대로만 하라구 돈은 두둑히 쳐줄테니까
이런 관행이나 구조에 나도 모르게 주인의 자리를 빼앗기고 따돌림을 당한 것 아닌지 생각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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