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할매 요양원 가시고
찾아오던 자식들마저 발걸음이 뜸해지자
무주공산 빈 마당이며 옥답을 두고
잡초들 사이에 공방이 한창이다
기력이 쇠한 꼬부랑 할매라지만
이 산골짝에서 평생을 버틴 호밋날이 매서워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던 잡초들이 이제는 안하무인이다
냉이며 클로버가 활개를펼치며 천방지축으로 설쳐대지만
나무랄 사람이라곤 없는데다 이제는 섣불리 나서기도 어렵게 되었다
임자가 따로 있다더냐면서 바람의 등에 올라탄 풀씨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는지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니 기막힐 노릇이 아닌가
남의 땅이지만 시골 후한 인심에 의탁해
빈 땅에 남새라도 가꾸어 볼 요량으로 기웃거리던 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가지 아니할 수가 없다.
온마당에 잡초들이 빽빽히 우거져 발들여 놓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니
얼쑤 좋아라
바랭이 환삼덩굴 개망초 박주가리 쑥 민들레 등이
머리를 쳐들고 땅을 점유하며 세력권을 만드는 치열한 싸움판이된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내 집이 그리워
소원 한 번 이루어달라 간청해서 할매가 업혀왔을 땐
어수선하던 판이 서서히 정리가 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강한 것이 독차지한다
자연의 섭리는 간단하다
강하다는 것은 왕성한 번식력 강인한 적응력이다
마당엔 개망초 사단이 평정해서 하얀 깃대에 승리의 꽃을 피우고 흔들어댄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적군이 돌담부랑을 넘어 침략군 선발대를 파견하고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칡덩굴이 뱀대가리처럼 흔들어대며 점령군의 선두에 서있다
할매의 문전옥답이었던 밭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다
쑥이 점령하면 어지간한 농부의 완력으로는 대적하기가 어렵다
이 밭이 과연 밭구실을 제대로 할런지는 미궁에 빠졌다고 여기는 이유는.
대나무의 충천하는 기세를 과연 제압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나무는 어찌나 교묘한지 지하조직을 결성해서 막강대국의 야욕을 펼치는 강군이라
대군(대나무 군대)을 괭이 따위로 대적한다는 것은 코웃음만 살 뿐이다.
바야흐로 쑥대밭이 되어가는 중이다
할매가 꿈에라도 와서 보곤 탄식을 금치 못하겠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자리여
라는 춘항가 창 한 귀절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