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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현대판 백설공주의 거울

여정이 대만으로 연장된다

전철을 타고 가노라니 사람들의 시선이 열에 여닐곱은 폰에 꽂혀있다

건너 편 좌석에 앉은 소녀가 폰카에 몰입해 있다

머리칼 몇 올을 이리저리 가르마 타보며 고개를 돌리다가 입술을 쫑긋거리기도 하는데

자신만의 세계에 흠뻑 취하는 것 같다


어엉! 저기 좀 봐라

초록색에 형광빛이 배어나오는 가발을 쓴 소녀 하나.

앞쪽의 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내려서 코 아래에서 엇갈리게 하고 귀에는 커다란 모형귀를 부착시키고 있다

틀림없이 만화 속의 어떤 캐릭터일 것 같다

연신 분장 액세사리를 꺼내는 걸 보면 관련분야의 매니아인 것 같다

연신 촬영을 하며 연출 결과를 피드백 시키며 최상의 만족감에 이르려한다


 

동화속의 백설공주가 거울을 바라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그 장면이 현실에 재연되고 있다

그 장면은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한 사건만이 아니라 영원히 재현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포착한 귀절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르시즘에 빠진다

그리스의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물 속에 비친 자기의 얼굴에 반하듯이 인간은 자기 스스로에 도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모든 인간들의 보편적 심리다

자기애는 생명체가 지닌 생명의 원동력이다

여성들의 화장도 이런 자기에의 한 방법이며 이성에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리라


 

백설공주를 자아도취에 빠트린 거울이 디지털로 진화한 것이 폰포토다

이 마법의 거울은 섬세하고 미묘한 찰나를 포착하는 최고의 신기술이다

 

천태만상의 표정들은 자기도취의 과정이다 안면의 근육들이 섬세하게 조합된다

눈알이 구르고 얼굴 각도를 달리하며 수많은 표정의 조합을 실험한다

가장 쉽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으며 셀프 모델이 셀프 좔영을 할 수 있는절묘함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지금 내가 타고가는 전철에만 해도 수십 명의 나르시스트들이 폰포토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흠뻑 취해서 간다

 

(대만여행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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