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만큼의 폭과 큰 키만큼의 길이,어른 배꼽만큼의높이인 평균대 위 폭 좁은 면 위에서 연기를 하는 체조 선수.
한 번도 정지하는 적이 없다
연신 스텝을 옮기며 외발로 다양한 동작을 연기하고 때로는 박차고 올라 공중 제비를 돌고 사뿐하게 착지를 한다
한 마리의 새처럼 경쾌하고 우아하다
중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평형기관의 조절기능을 뒤흔드는 악조건에서 피어나는 활력이요 아름다움이다
제한된 공간의 좌우는 허공의 나락이다
평범한 연기는 안전하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법이라 난이도가 높은 용기있는 도전을 하지만 당연히 위험이 수반된다
가만히 돌아보면 사는 일이 평균대 위의 곡예였다
삶의 현장에는 수많은 평균대가 있었는데 타의든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찔한 높이 아래의 늪, 아슬아슬한 좌우의 줄타기, 협소하고 초라한 현실적 토대에서
멋지게 연기하기보다 추락하고 좌절하던 일이 훨씬 많았다
본능과 도덕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 좌절과 희망 사이, 실리와 명분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고 지속적인 숙제였다
두려움에 눈 앞이 아득하고 아슬아슬해서 닭살이 돋고 숨이 막히고 진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세상에 코마네치와 같은 체조 요정은 그리 많지가 않다
오늘도 나는 평균대에 올라야 한다
눈을 감았다가 뜨며
새 숨을 들이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