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이다
늘 걷거나 헤엄쳐 다니는 곳은
고작해야 코가 숨을 쉴 수 있는 얕은 곳과
숨을 참을만큼 잠수하는 깊이까지 뿐
자아 여행은 연못 밖으로 나와
바람이 되어보는 일이다
아늑한 일상 그 잔잔한 수면을 마구 흔들어
파문을 만드는 일이다
때로는 돌멩이 한 개를 힘껏 던져
물폭탄을 일으키는 일이다
늘 맑고 고요하기를 좋아하는
수면의 맞박에 피멍 한 번 들게 하는 일이다
네 깊이를 알고 싶어
눈에 보이는 수면은 위장된 평화, 가식과 위선인지 몰라
가파른 바위 절벽의 현실에서 추락하거나
촘촘한 거미출에 걸린 날벌레처럼
아직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저 깊은 바닥에
가라앉거나 억눌린 사소하고 소외되고 반항기 가득한 것들을
흔들어 일깨우는 일이다
자아 여행은 고독하고 위험한 미지의 탐험이자 도발이다
흙탕물을 자초하는 폭거이기 때문이다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균대 묘기를 보며 (0) | 2018.08.21 |
---|---|
여행은 (0) | 2018.08.18 |
바람의 증언 (0) | 2018.08.12 |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2) (0) | 2018.08.05 |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1) (0) | 2018.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