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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자아 여행

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이다

늘 걷거나 헤엄쳐 다니는 곳은

고작해야 코가 숨을 쉴 수 있는 얕은 곳과

숨을 참을만큼 잠수하는 깊이까지 뿐

 

자아 여행은 연못 밖으로 나와

바람이 되어보는 일이다

아늑한 일상 그 잔잔한 수면을 마구 흔들어

파문을 만드는 일이다

 

때로는 돌멩이 한 개를 힘껏 던져

물폭탄을 일으키는 일이다

늘 맑고 고요하기를 좋아하는

수면의 맞박에 피멍 한 번 들게 하는 일이다


네 깊이를 알고 싶어

눈에 보이는 수면은 위장된 평화, 가식과 위선인지 몰라

가파른 바위 절벽의 현실에서 추락하거나

촘촘한 거미출에 걸린 날벌레처럼

아직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저 깊은 바닥에

가라앉거나 억눌린 사소하고 소외되고 반항기 가득한 것들을

흔들어 일깨우는 일이다

 

자아 여행은 고독하고 위험한 미지의 탐험이자 도발이다

흙탕물을 자초하는 폭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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