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갯벌

 

갯벌만큼 경계의 고독과 소외에 젖어본 누구 있으랴?

물과 뭍 사이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지를 말라

양쪽을 진실로 사랑했기에 어느 한 쪽이 되기를 거부한 갯벌은

제 3의 자존의 영역이다


 


암벽 단애에 부딪히는 파도는 극한의 충돌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광활한 갯벌은 두 거인의 충돌을 막는 절묘한 화해의 장이오 평화의 터전이다



 


갯벌은 바다의 들숨과 날숨의 차이에 의존한다

억누르지 못하는 욕정이 거세게 밀려들면 온 몸으로 포옹한 나부가 되었네

제 가슴에 품은 어린 것들을 부양하려는 어미의 헌신이던가



 



바람결따라 훌쩍 떠나 버린 님의 빈 자리에 내리쬐는 백주의 열기!

마르고 갈라지는 나신은 시지프스의 형벌이다

먹빛 얼굴에 흐르는 땀과 눈물로

푸르름이라곤 없는 여기는 절망의 반전으로 일군 생명의 터전이다 

임부의 자궁이 머금은 습지

물과 뭍의 절묘한 인연으로 맺어진 교합이다

헤아릴 수 없는 뭇생명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천혜의 낙원이다


 



갯벌은 늘 누워서 기다린다

바다와 눈높이를 맞추려는기 연인처럼.....

그래서 뻣뻣이 서 있는 이들은 갯벌이 되지 못한다

단단하여 부서지지 못하는 이들은 갯벌이 되지 못한다

바다의 호흡과 율동에 맞추는 펄은 부드럽고 양순하다

갯벌은 그리움에 젖으며 기다리며 인내하는 자의 몫이리라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산 사람의 농산 이야기  (0) 2018.09.11
처음인 것처럼  (0) 2018.09.10
명화감상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의 두 사람  (0) 2018.09.08
명화 감상  (0) 2018.09.06
물방울(6)  (0)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