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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창현 박종회 화백의 개인전 도록에서

창현 박종회 화백의 개인전 도록 표지 그림이다

창현선생님의 개인전에 나는 가지 못하고 서한당이 참석했다

나는 도록을 보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렇게 기쁜 마음이다

내 좁은 안목이지만 나름대로 감상하며 소감 몇자라도 남기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림을 감상해 본다

화면을 2등분하여 저 쪽은 눈 덮힌 다랭이 논이 군데군데 있는 낮으막한 산이고 가까운 쪽은 눈 덮힌 연못이다

산은 옅은 먹물이 번져가는 기법으로 산의 음영과 기세가 드러난다

나뭇가지는 잎들을 죄다 떨구고 차가운 겨울의 수도자처럼 꿋꿋하다

 


전원으로 돌아온 자연인이 대지의 한적한 품에서 얼음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 얼마나 한가로운 목가족 풍경인가!

번잡한 세속의 삶을 떠나니 이리도 여유로운 것이다

버리니 얻어진 삶의 진실이 아니던가!

 

창현 화백의 남도화에 묘사되는 사람은 거의 한 사람이다

광활한 산천에 유일한 한 사람인 그는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자

청정무구한 자연인이자

삶의 대전환을 시도한 혁명가이다

 

화제의 첫머리에 나오는 기조(羈鳥), 즉 새장에 갇힌 새가 숲에서 자유를 찾아서

새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찾은 삶의 반전을 이룬 것이다

 

도연명선생은 새장을 벗어가는데 30년이라는 반평생이 걸렸다고 고백처럼 읊조린다

전원에서 산다는 것은 수졸(守拙) 즉 어리석음을 지키는 일과 같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어하는 일반적 가치관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졸은

자연인으로서 참되게 살기 위한 실천적 삶의 역설인 것이다

 

문명을 새 장에 비유한 도연명의 싯귀는

참된 자유는 자연의 도에 순응함으로써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적 새장이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옥죈다

참으로 전원에 산다는 것은 전원주택 하나 지어놓고 사는 것이 결코 아니리라

그런 껍데기의 삶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거짓없는 자연에서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여 자유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리라

 

 

화제의 원문을 옮겨본다

 

羈鳥戀舊林 (기조련구림)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守拙歸園田 (수졸귀원전)

方宅十餘畝 (방택십여무)

草屋八九閒 (초옥팔구한)

楡柳蔭後簷 (유류음후첨)

桃李羅堂前 (도리라당전)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依依墟里煙 (의의허리연)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雞鳴桑樹顚 (계명상수전)

戶庭無塵雜 (호정무진잡)

虛室有餘閑 (허실유여한)

久在樊籠裏 (구재번롱리)

復得返自然 (복득반자연)

 

........................................................

 

 

陶淵明(도연명)

 

새장 속의 새 옛 숲을 그리워하고,

연못의 물고기 옛 못을 생각하네.

 

남쪽 들가에 황폐한 밭 일구고

어리석음을 지켜 전원으로 돌아왔노라.

 

네모난 집터는 십여 이랑쯤 되고

초가집은 팔구 간이라오.

 

느릎나무와 버드나무 뒷처마를 가리우고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집앞에 늘어서 있네.

 

어슴푸레 먼 마을의 인가 보이고

아련히 마을에서는 연기 피어오르네.

 

골목 길 안에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닭은 뽕나무 꼭대기에서 우누나.

 

문과 뜰에는 잡스러운 일 하나 없고

빈 방안에는 한가로움이 남아있다오.

 

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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