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현화백의 우포늪의 낭만)
늪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비켜난 영역이다
질척거리는 물기가 사람들의 접근을 피하게 한 원인이라
소외의 땅은 축복의 터전으로 보존될 수 있었으니 역설의 미학이 있다
늪은 생명을 품은 태반이고 양수다
생명을 머금은 이 땅은 촉촉하다
외지고 탁하고 황량해 보이는 까닭은 문화 이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자연은 늘 고요하고 밝고 맑고 단정하지 않다 도는 이런 곳에서 기거하기를 좋아한다
늪은 공생의 영역이라 어수선하다
때로는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그것은 공생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이다
뭇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곳은 에로스로 충만하다
이 늪 지대 외진 곳에 서로를 향해 마주보는 두 마리의 새는 틀림없이 자웅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삶을 영위하는 원천적인 리비도다
우포늪의 뭇생명들의 공존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이 늪의 신앙이요 법이다
저 멀리 유유한 거룻배 위의 한 사람
진정한 자연인이요 자유인이다
그는 이곳의 주인이 되려하지않는다
숱한 생명체 중의 한 종일 따름이다
공생의 땅에는 위계란 없다
여기에 기거하는 뭇생명들은 참으로 자유롭고 평화롭다
늪은 뭇 생명들에게 축복의 땅
현존하는 에덴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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