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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화합은 사물을 산생한다


고대 중국의 정환공 시대에 사백의 말을 음미한다

화합은 실제로 사물을 산생(産生)하지만 같은 것끼리는 산생할 수 없다

다른 것에다 다른 것을 조합하는 것이 화합이다

 

같은 것끼리는 산생하지 못한다

창조는 여러 다른 질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로 반죽한 질흙이 옹기모양으로 성형이 되고 가마에서 불을 만나 구워질 때 장독이 만들어진다

물,불,흙의 절묘한 만남이다



같은 음으로는 음악이 되지 못한다

한 악기가 높낮이가 다른 여러 음을 낼 수 있고 여러 악기가 어울려 질서와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하나의 색으로는 무늬를 분간하지 못한다

수많은 사물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동양의 전통 사상에서는 오행에 따른 흑 백 황 적 청의 오방색이 어울려 호화찬란한 색이 된다

궁궐을 보면 오방색으로 현란하다


음식은 다른 재료들이 섞이는 것이다

고기와 채소가 여러 양념과 섞이고 물과 불을 만나 조리된다

소금과 후추와 생강과 고추가 사로 합쳐지며 새로운 맛을 낸다

 


삶은 수많은 타인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나와 남의 만남은 주체와 객체의 만남이다

 

결혼과 출산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맺음의 원인이며 사회생활을 배우고 실천하는 터전이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마주하고 있는 한 쌍의 대대관계로 이루어진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과 아우, 노인과 젊은이, 통치자와 신민은 서로 마주 하는 관계다.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서로를 믿고 사랑하며 자타에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상과는 달리 삶의 현실은 복잡하고 끝없는 분쟁으로 치닫는다

가족 간에도 다투고 헤어지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는 불상사가 그치지 않는다


 

정치판은 더욱 소란하여 마치 진영 싸움을 하는 집단 같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여야의 다툼이 극심해 현실정치에 혐오와 무관심을 낳고 있다

지도자들의 한심한 작태와 비루한 의식 수준이 시민의식과 기대 수준에 매우 미달하고 있다

어쩌자고 이러는 것인지......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끼리 만나 화합하지 못하니 산생은 커녕 깨지고 부서지고 망하기 일쑤다

마주 하고 있는 타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이나 자기 편에 경도되어 있는 까닭이다

전문적인 지식, 현란한 논리와 유창한 언변을 동원하지만 자기 중심주의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어쩌자고 이러는지.......

 



화합한다는 것은 대대관계를 원할하게 하기 위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이라는 두 형태의 인간상을 예시하며 수천 년 후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귀절은

시대를 관통하며 널리 회자되는 주옥 같은 교훈이자 경구다

군자는 서로의 차이와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의로움으로 상호 화합한다

반면에 소인배들은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획일성에 매몰되어 다툰다

 

소인배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국내외 정치판에서도,

노사관계에서도......

저 거대하고 구조적이고 합법을 가장한 위선적 폭력이 도처에 암약하고 있다

군자는 어디에 있는가?

군자여! 군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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