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몇 군데 생채기가 났다
주택 입구의 버려둔 땅에 들어선 찔레덤불을 정리 하느라 가시에 긁힌 것이다
작은 톱과 전정 가위로 밑둥을 싹뚝 잘라 덤불이 차지한 공간을 없애고
가시 투성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찔레는 버려둔 땅을 선점하는데 강점이 많은 투사다
부지런한 농부의 밭이나 대갓집 근처에 얼씬거렸다가는
낫의 매서운 날에 참수되고 만다는 것을 잠재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힐끔힐끔 눈치를 봐가며 돌더미 속에서 세를 확장했던 것인데
이런 참화를 당하고 만다
찔레는 제 물관으로 흐르는 생명수를 땅에다 쏟으며 잘려나간 제 분신들을 애통해 한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 무자비한 횡포 앞에서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예리한 가시들 뿐이다
침입자의 방심을 노려 자신의 생존권을 박탈한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올해는 꽃도 비우지 못하겠구나
망연자실한 중에 앙다문 입으로 투혼을 불사른다
비록 이 몸뚱이가 대부분 잘려나가도 내 억센 의지까지 송두리째 앗아갈 수는 없지
우리가 어떻게 눈물을 닦고 상처를 견디고 재기하는지를 보여주겠어
나는 찔레라고 찔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