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들을 실은 화물차 뒤를 한참동안 따라간다
해동을 하자 소나무들도 이주를 한다
소나무가 이주를 하는 건 타의에 의한 강제 이주이고 반자연적 질서에서 일탈적인 현상이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이 한 번 덜컹거릴 때마다 소나무 온 몸통이 너풀거린다
평생을 붙박이로 사는 나무의 습성과 운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탈이자 고통이리라
한 번 뿌리 내리면 싫건 좋건 운명이라 여기며 받아들이는
붙박이들의 굳건한 심지가 여지없이 요동치며 자존이 무너지는 판국이다
소나무는 연신 온 몸이 흔들리며 제 정신줄을 놓고서 심한 멀미에 신음을 토한다
문득 40여년 전 우리 집의 이주가 떠오른다
내가 군에 입대한 후에 울 아부지 어무이는 거창에서 김해로 이주하었었다
오로지 농사만으로 살아가던 전형적인 농민이 열댓 마지기 전답과 가옥을 팔고 낯선 곳으로 이주하였다
선영을 등지는 죄책감과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안타까움이 오죽 했을까?
새 거처에 대한 설레임과 야무진 각오보다는 슬프고 서러워
문전옥답을 바라보며 눈물지었으리라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결고운갤러리에서 (0) | 2019.05.12 |
---|---|
수원성 성곽로를 걸으며 (0) | 2019.04.23 |
수승대 관수루 마루 바닥 (0) | 2019.04.16 |
버기카 - 비문명으로의 퇴행 (0) | 2019.04.10 |
사내 손이 이리 고와서야 (0) | 2019.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