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쉰다
흙 묻은 장갑이나 호미를 클로즈업하는 것은 작업이 진행중인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작업의 외형적 결과를 중시하고 평가하지만
나는 노동의 의미를 사유하며 순간순간의 영감에 집중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일 같지도 않아 차라리 놀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한다고 해서 경제적 이득이 생기는 일은 더욱 아니고 그저 심심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하찮은 작업이 의외로 많은 내적 즐거움이나 만족감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호작질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흙을 뒤집으며 천지개벽이나 혁명적 상황을 연상하기도 하고
흙의 젖향기와 모성을 사유하기도 한다
땅을 파며 호미 끝의 지렛대질로 돌멩이를 파내며 쾌감을 누리기도 한다
파낸 돌멩이들을 모아서 돌무지를 쌓으며 즉흥적인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영락없는 아이다
재미와 놀이에 취하는 묘한 아이다
이런......
일 같지도 않은 일은 매우 비능률이고 산만하고 모순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철저히 자신의 욕구를 중시하고 자신에게 집중한다
이런 작업은 순전히 개인적이고 시장경제와 무관하기에 가능하다
생산물을 돈으로 바꾸어야 하는 일이라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속박에서 훌훌 벗어난 일이기에 이런 순진한 낭만이 생겨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