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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가래올 풍광

덕유산 어느 비탈에서 발원한 가느다란 물줄기가

 마치 물의 순례자처럼 월성계곡으로 걸으며

 이 골짜기를 스쳐갔던 것처럼

 

 오래 전에 고향을  떠났다가 연어처럼 되돌아와서

 물길을 따라 오래도록 걷거나 잠기며

 

 바위를 어루만진다.

 물의 발자국을 추적한다.

 

 

 

 

 우리 집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냇가의 모습이다.

바위 산 굽이굽이를 돌아가는 물살의 기세가 마치 청년의 패기 같다.

바위는 장구한 세월의 무게에 눌려 부서지고 갈라진다.

강하고 단단한 바위가 이제 늙어간다.

바위는 늙어서 더욱 아릅답다.

자신의 완고한 속내를 드러내고 

거친 숨결을 삭히며

세월의 무늬를 새기고 그리면서.........

 

바위 일가족이 나란히 손을 잡고 서서

사진을 찍은듯 하다.

아직은 한 몸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이들은 분신으로 갈라져

이 냇가를 걸어갈 것이다.

 

오늘 내가 걷는 이 발걸음처럼.......

  

 

지난 큰 비에 이 강은 몸살을 앓았으리라.

거대하고 도도한 물길에 누워서

제 몸에 금이가고 삭아간 흔적이 가득하다.

그 생채기 같은 틈새기에

고운 흙 몇 줌 바람에 불어와서

그 부드러움에 씨앗을 내린 철쭉이

굳건히 뿌리 내리고 있다.  

 

 

 

 

 거대한 암반, 매끈한 몸매를 가진

바위에도 주름살이 진다.

바위는 굳건히 세월을 버틴

그 훈장 같은 주름살로 인해 더욱 아름답다.

이제 물길을 고요히 응시하며

바위는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제 분신이나마

물속으로 걸어가고 싶은 것인지.......

 

 

 

 

 

가래올 앞 시내를 지나는

물줄기들은 아름다운 음악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때론 고요하게 소리없이 흐르다가

여울에서는 숨이 빨리지고

잔달음질치듯이 걸으면서

숨이 턱에 닿는다.

 

 

 

 

한 몸이던 바위가 사선 각도로 금이 가면서

서서히 분리될 것이다.

이미 떠난 분신들은

이 골자기 어디에선가 구를 것이다.

자연의 법에 몸을 의탁한 채 구르다가

깨지고, 둥글어지고, 또 흐를 것이다.

저 바위의 아름다운 문신이란..........

구름을 새기었나?

물결을 새기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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