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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석산-요정들의 춤

  

석산은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불쑥 찾는 친구처럼 피어난다

빈 땅에 듬성듬성 심어놓고 심은 것조차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홀연히 피어서 말한다

 

나를 잊었나요^^

여기 이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요

새 무대에 맞게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지요



특이하여라

홍의의 요정이여!

무슨 사연 있어 온통 붉은 천을 현양하는가!

격정적인 사랑을 만천하에 알리며 사랑의 맹세를 하는가?

 


꽃을 숨죽이며 섬세한 눈으로 관찰해 본다

현재의 모습만이 아닌 며칠 전의 꽃봉우리와 연관하여

꽃의 외형적 변화를 살펴본다

 

요정들이 춤추는 축제의 무대!

요정들의 춤은 꽃의 운동이다

꽃은 어느 한 순간에 마술을 부리며 툭 튀어나오지 않는다

적절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필연의 법칙으로 나타난다

 


뭉쳐진 것은 풀리고, 작은 것은 커지고,

짧은 것은 길어지고, 약한 것은 강해지고,

가벼운 것은 무거워지고,연한 것은 짙어지며

완성을 향해간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무구하고 진실한 과정을 거치며

꽃의 기관들이 뚜렷이 분화되며 아름다움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시각적으로는 부드러운 원의 형태를 띤다

암술과 수술은 허리를 젖혀 직선에서 곡선운동을 한다

여러 장의 꽃잎도 허리를 최대한 뒤로 젖히며 원운동을 한다

길게 뻗는 암술이며 수술도 정교하게 보면 원기둥의 형태다

한송이 전체의 형태도 둥글다

어느 한 구석도 모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어떤 꽃이건 아름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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