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이며 밭을 서서히 비우기 시작한다
들깻대를 베어내고 토란을 캐고 둥글레 말라 비틀어진 줄기를 베고 나무가 버린 잎들을 쓸어낸다
지난 봄에 언 땅을 뚫고 돋아나던 것들이 땀흘리며 많이도 크고 일구며 맺었구나
그 땐 밤낮 없이 숨이 차도록 땀흘리며 일구고 채웠지
그 땐 신나고 즐거웠지 쌓이고 채우는 기쁨에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지
이제는 때가 된 거야
이제 앉아서 쉬어야 할 때지
땀을 닦고 숨을 가라 앉히며 그윽한 눈으로 돌아보며 대견해 해야지
어쩌는 수가 없네
밀려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채우고 비움은 대자연의 순리이거늘 우러르며 받아들일 일이지
순명의 도리를 따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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