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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나무 부자가 되다

나무 부자가 되어 입이 귀에 걸린다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유독 나무 판자만은 예외로 여긴 나다

2년 전에 갈계숲에 게이트볼 구장을 조성하며 느티나무 4그루를 캐내게 되었다
행운의 기회를 잡게 해준 친구가 이런저런 도움말로 나무를 내 소유로 만들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어했다
관련자들의 동의를 얻어 뿌리가 달린 나무를 집으로 옮겼다

2년이 지나도록 노지에 두었다가 이번에 뿌리를 절단하고 제재소로 수송한다
이 일에도 여러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황산 마을에서 세 분이 와서 나무 뿌리를 잘라내고 타이탄 트럭에 싣는데도 트랙터가 동원된다
근처에 있던 제재소가 폐업을 한지라 남원까지 수송하려고 운동을 같이 하는 지인의 차를 이용한다

남원의 현대제재소는 처의 외종제가 사장님이라 나무를 제재해 준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입이 함박만 해진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나무 판재(느티나무 4그루, 참죽나무 1그루)를 3cm 두께로 켜니

길이160~220cm 판재가 모두 45장이다
이 많은 재료로 90살까지는 넉넉하다며 욕심쟁이의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모두가 지인들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고맙고 고마워 보답을 해야겠다
나무에 글을 새겨 선물을 하면 그 분들도 기뻐할 것이다
지인들의 도움만이 아니라 천지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무에 거름 한 삽, 물 한 바가지 준 적 없는데도

태양의 볕으로 기르고 땅의 물과 기운으로 길러준

태양과 구름과 냇물과 숲의 정령들에게도 보은의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찮은 것이지만 작품 하나를 만들어 돈을 받고 거래한 적이 없으니

이 원칙은 내게는 영원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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