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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은유의 미

은유는 거간꾼이요 중매쟁이다
전혀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둘 사이에서
얼토당토 않을 것 같은 꼬투리 하나를 잡아다리를 놓는다
궁합을 맞추려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오는가 하면
키를 늘리고 살을 찌우고 앉히고 눕히며 성형에 화장을 하다 절묘하게 결합한다
마침내 둘 사이에 아름다운 인연이 생겨난다

은유는 전혀 이질적인 두 개념, 관념이 결합하는 비유다
서로의 공통점이 감추어지거나 가려져 있어 암유라고도 한다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내는 것은 탁월한 창의의 선물이다
펄럭이는 깃발에서 삶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읽는 시인의 탁월함이다

은유는 세계를 연결하고 확장한다
하나의 개념이 보조 개념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어머니가 기도와 눈물과 떡으로 연결되고 짝을 이루며 원래의 의미를 확장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은유의 미를 찾아내면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전화기와 카메라 사이에도 그럴 수 있다

아름다운 시가 씌어지고, 연인의 대화가 감미로워지고,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며, 문명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과정도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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