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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살다보면 살아진다

대중 가요 한 곡이 마음에 오래 머무르며 파문을 남긴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라며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한다
그 한 마디의 말이 사유의 프리즘을 통과하며 빚어내는 다양한 파장을 생각해 본다

한 평생의 경험과 지혜가 제시하는 이 가르침에는 삶의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는 실존 의지를 우선한다
삶이란 바다는 넓고 깊어서 수많은 현자들조차 명쾌한 해석을 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어딘가로부터 삶이라는 시공간에 던져지고 죽음으로 종결되는 삶의 유한성과 우연성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설령 있다고한들 자유로운 본성을 지닌 존재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유롭게 태어난 존재이기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다
자연 환경과 인간관계라는 세계와 공존하며 개별자로서의 존재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공동체는 조력자일 뿐이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개별자들의 무한 책임인 것이다
인간은 갈대처럼 나약하지만 강인한 의지로 스스로 약점을 보완하며 이성적 존재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의미있게 이끄는 위대함을 지닌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에는 삶의 오묘한 이치와 궁극적 원리를 속시원히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온전히 수용하는 겸허함이 바탕에 있다
일견으로는 삶에 대한 수동적, 운명적 수용의 뉘앙스를 풍기지만 고귀한 일회적 삶에 임하는 본성에 내재된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그럭저럭 살아진다
서산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내 그림자가 뒤로 길게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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