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능이 한 소쿠리

추석을 앞둔 이맘 때 사람들의 화젯거리 중의 하나가 버섯이
자연이 베푸는 특별 선물이  온 산에 숨겨져 있다
부지런하고 뜻이 깊은 사람들의 보물찾기 이벤트다
사람들이 산으로 오른다
산신령님 제게 행운을 내리세요 끊임없는 주문이 발걸음마다 이어진다


버섯 중에서도 송이와 능이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요새 송이 1키로에 얼마 가는가? 능이는?
그 비싼 송이나 능이를 나는 감히 살 생각을 못하며 산에 따러갈 생각도 별로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은 송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나는 송이 먹는 사람이야'라며 은근히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명품을 구매하려면 큰 돈이 필요해 호주머니가 얇은 사람은 감히 작심하기도 어렵지만  버섯이란 명품은 행운이나 노력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값이 비쌀수록 만족도나 쾌감이 높아짐은 당연하다
송이의 소비를 통해 어떤 보상을 받는다는 것인가 보다

이맘 때마다 새벽부터 산에 오르는 친구 하나가 채취한 버섯을 맛이나 보라며 주는데작은 소쿠리에 가득하다
시장에 내놓으면 많은 돈을 받을테데 선뜻 증여하는 후덕함이 놀랍다
'이건 얼마치일까?'라며 시장가로 환산해 보는 내면화된 습관이 천박하게 여겨진다
밤 두세 시에 산으로 간다는 친구의 고행과 정성이 담겨있는 버섯이다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통선  (0) 2023.10.09
귀성  (0) 2023.09.30
산다래 한 웅큼  (0) 2023.09.21
나무를 자르는 건 허공  (0) 2023.09.20
헬스장 운영관리를사임하며  (0) 202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