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산다래 한 웅큼

오늘 아침 식사에 과일 한 접시가 추가된다
조식의 주재료는 아로니아와 고구마 등인데 이웃 한 분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라며 산다래를 한웅큼 가지고 온 것이다
그 중에 잘 익은 것을 골라 별미로 즐겨본다

마트에 가면 많은 과일들이 선택을 받기 위해 도열해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멋진 포장이나 조명을 받기도 한다 이것저것 골라 카드로 결재하면 쉽게 먹을 수 있다 이런 체제와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다래는 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장경제가 보편화 되어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 다래를 딴 분은 시장경제의 한 주체로 생산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래가 익는 시기를 맞추어 상당한 산길을 걸어갔을 것이다
딴 다래를 저장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증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채취 행위의 심리적 만족감을 누렸을 것이다
다래 한 웅큼을 화폐로 교환하지 않고 증여를 통해 이웃과의 친선을 도모하고 삶의 기쁨을 증진 시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시장경제에 물들다 보면 사물의 가치를 《얼마짜리》로 단순 평가하고 비교하게 된다
사물이 지닌 고유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도외시한 폭압적인 발상에 물들게 된다
시장 안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교환가치를 모든 사물에 적용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요즘 산에 가도 다래를 쉽게 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트에만 가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자연의 조건과 개인의 노력을 통해 습득하는 행운의 산물이다
이 다래를 먹으면서 지인의 수고로움과 자연의 베품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성  (0) 2023.09.30
능이 한 소쿠리  (0) 2023.09.24
나무를 자르는 건 허공  (0) 2023.09.20
헬스장 운영관리를사임하며  (0) 2023.09.18
명절이 다가오고  (2)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