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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바둑의 복기

한중 대결 후 복기하는 장면

바둑 경기의 승패가 확정된 후 복기를 한다
어느 스포츠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고 배울만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바둑이 오로지 승패를 가리는 경기의 차원을 넘어 완벽을 추구하여 도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고상한 정신 운동인 것이다

바둑판을 사이에 둔 두 대국자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냉엄한 승리와 패배의 양자 택일로 귀결된다
서로가 원만한 타협이나 공생하는 윈윈 따위는 아예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백 수를 잘 두어도 한 수의 치명적인 실수는 패배를 초래하고 만다
나의 실수는 상대에게는 행운이 되는 승부의 세계에서 일정 시간을 대결하며 다투는 이 판은 고요한 전쟁터다

그 전쟁이 끝나자 두 대국자는 대결과 투쟁의 모드를 바꾸어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한 수를 피드백한다
이미 결정된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다음의 대국을 위해, 완벽한 수를 찾아 의견을 교환하는 바둑은 신성한 구도의 자세다

이긴 자는 뻐기거나 교만하지 않고 진 자는 위축되고 비굴하지 않은 자세로 오늘의 승패를 본보기로 다음을 기약한다
오늘은 내가 이겼지만 다음에는 질 수 있으며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