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친구의 사과 한 상자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사과 한 상자, 그 중의 한 개를 깎는 중이다
몇 해전 과수원 일을 거들어 주었다고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지 성의가 고맙기만 하다
우리 고향은 사과 재배하기에 좋은 기후라 과수원으로 고소득(억대 연봉 정도)을 올리고 있는 분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고소득이라고 해서 부러운 마음보다는 근면함과 기술 능력에 대한 존경심이 앞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친구 과수원 일손을 몇 번 도와준 경험 때문이다
묘목을 심기도 하고, 사과를 수확할 때 힘 쓰는 일을 돕기도 하고, 필름을 펴는 일을 하기도 했는데 꽃 눈을 따고, 약을 치고, 제초를 하고, 가지치기를 하는 일이 연중 지속되는데다가 많은 품삯을 주고 일꾼들을 고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병충해를 방제하는 일도 고역 중의 하나고 비용도 엄청난 것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수천 평의 과수원을 경영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 일 뿐만이 아니라 농사는 제 때를 맞추어야 하는 조바심이나 자연재해 등에서 노심초사하는 농부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출렁거리는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친구의 땀과 정성이 배인 사과다
그런 사과를 한 상자나 선물로 받았으니 미안한 마음에다가 과수원 일을 거들어서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한 상자의 가격과 하루 품값을 계산하는 시장주의자들의 셈법을 떠나 도움을 주고받는 상부상조의 전통정신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승대 산책  (0) 2025.02.16
천렵을 즐기며  (0) 2025.01.23
황간역에서  (1) 2024.11.20
월류봉에서  (2) 2024.11.19
처족들과 함께  (0)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