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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고암 정병례 선생

고암 정병례님의 전각 작품 애호가인 나다
그 분이 몇 년 전에 타계했다는 소식에 고인을 존경하고 추모하는 진실한 마음 한 가닥을 올린다

선생은 마술가다
광활한 우주를 하나의 점으로 축약하고 천지에 흐르는 기운을 가느다란 선 하나에 담아낸다
그래서 넉넉한 공간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허드레에 불과할 뿐이어서 동전 넓이의 도장만으로도 충분했다
새김질을 받아주는 재료라면 나무나 돌 등을 가리지 않고 어느 것에라도 자신의 예술 세계를 거침없이 표현한 분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한 조물주의 사업처럼 허름한 인장새김에서 시작한 작업은 전각의 무한한 영역 확장에 이바지하였다
새김아트로 명명하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하여 국내의 독보적 지위와 세계화에 무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좋아서 왕대나무나 널판 조각, 고기와 등에 창칼이나 둥근칼로 수십 점을 모작(模作) 하며 그의 작품을 내 나름대로 감상하기도 했다
산, 강, 나무, 새, 바람 등으로 구체화한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상생과 조화를 체득하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고암 선생은 예술의 장르라는 경계를 허무는 종합 예술가다
그의 작품에는 그림과 이야기가, 꿈과 현실이, 자연과 인간이, 전통과 미래가 서로에게 흘러들고 새롭게 변신한다

애석하게도 그 분의 왕성한 열정과 천재성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선생의 예술 세계를 이어갈 후학이 펼쳐낼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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