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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3월의 밭에 나가며

3월은 병아리의 종종 걸음처럼 새로운 시작으로 내닫는 걸음이다 고정된 반복이 아니라 반복되지만 매번 새로운 차이가 있어 설레고 부푸는 마음이다
어제는 올들어 최고로 온난한 날씨에 유혹되어 삽질로 밭을 뒤집으며 힘줄을 팽팽히 하였다
아직은 무엇을 심을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저 밭을 뒤집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기쁨을 수확하게 된다
텃밭은 농작물들을 수확하는 생산소만이 아니다 그 안에 내가 거주한다
꿈을 꾸고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땀과 고통을 희생제물로 바치고 그것이 영광으로 되돌아옴을 배우고 익히는 존재의 움막이다

겨우내 얼고 부르튼 대지에 새 숨을 불어 넣으려 밭을 뒤집는다 억눌려 뭉치고 단단해진 묻힌 흙을 햇볕과 감로수가 흐르는 지표면으로 신분을 상승 시킨다
삽질은 공평한 분배를 위해 위와 아래의 기존의 구조를 바꾸는 개혁이다 저항하는 것들을 가차 없는 힘으로 눌러 제압한다
삽질로 거칠어진 숨을 토해내는 나는 사색하는 농부요 혁명가다
이 개조된 토양을 기름지게 하여 임부처럼 풍성한 생산력을 꿈꾼다

이 골짜기의 새들이 아직은
조용하니 때가 되지 않았구나  
조금만 더 기다리면 뻐꾹새와 산비둘기가 구성지게 울어대며 봄의 축제를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이르구나 겨우내 가지에 매단 움막에서 생명의 축제를 준비하던 움들이 돋아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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