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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작은 화단

주택 마당을 온통 콘크리트로 덮은 사람들도 주위에 더러 있다
풀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아예 대지를 덮으려는 것인데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수많은 화초들이나 잡초들을 적으로 귀찮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리고 풀을 뽑고 물 주며 가꾸는 것을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여기는 생각도 전제되어 있다

손바닥만한 구석진 공간에 기와로 경계를 두르고 화목 몇 종을 심어 놓으니까 발길이 잦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까닭은 내가 대상과 맺은 우호적인 관계성 때문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기쁜 마음이 생기고 돌보고 싶어 쪼그리고 앉아서 잡초를 뽑는다
내 수고가 징검다리가 되어 이전의 주객을 분리하던 경계가 느슨해지고 함께 존재하는 유대감이 솟아난다

이 손바닥만한 화단이 내 삶의 새로운 배치가 된다
나는 이 특구 하나를 새롭게 만들고 둘러보고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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