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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당의 중국여행

서한당의 중국 여행 : 치싱깡 롄화디

 

    치싱깡!  치싱깡!

 

 가끔씩 지나가는 택시를 열번도 넘게 잡아도 치싱깡에 있는 한국임정이란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가버리는 야속한 택시 기사들^^^^^^

(택시마다 네비게이션이라도 없었으면 덜 야속하련만....)

     

      호텔 앞 도로변에서 재환이가 택시를 몇번 잡다 놓치더니 짜증이 갈수록 심해진다.

      택시 기사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윤호에게 통화를 해서 알아낸 주소가

 

칠성강(七星崗, 치싱깡) 련화지(蓮花池, 롄화디) 38호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치싱깡에 내려서 수소문해서 찾기로 하였다. 

중국어를 못하는 우리 부부는 언어 불통의 무기력함을 실감하면서

아들 꽁무니만 따라 다녔다.

 

 

 

 

 

우리의 망명정부조차도 중국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인가?

왈칵 서러운 마음조차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먼 이국의 사람들이 반도의 작은 고을 같은

우리의 역사 따위에 무슨 관심이나 있을려고......

 

치싱깡에 내려서 한참이나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대가  

大韓民國臨時政府라고 쓴 내 비장의 무기인 쪽지를 현지인에게 보이자

고개를 끄덕끄덕 알았다는 표정으로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띵호와! 세세 ...세세...

 

 

 

 이미 늦은 밤 치싱깡 어둑어둑한 골목 한 끝에서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눈물이 왈칵 치민다. 찾았다는 반가움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문은 닫혔지만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그 좁은 골목 안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 요기를 하며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우리가 여행하는 이 어두운 거리는 생생하게 보고 기억할 것인가?

기약없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을

투사들의 고단한 발걸음, 때론 절망하는 얼굴 빛을..........

 

낯선 이국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던

애국지사들이 긴장과 울분이 생생하게 스민 이 좁은 골목,

 

그들이 허기진 배를 채웠을 식당에서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우리 가족들은 조국의 의미를 깨달으며

오늘의 여행이 주는 벅찬 감동을 서로 나눈다.  

 

 

 

 

충칭에 여행 중인 우리 가족들이

어젯밤에는 남자 축구 동아시아 경기를 관람하며

태극기를 두르고 목이 터지게 응원하였다.

 

여기에 와서 충칭임정을 가보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셋 중에 둘이면 중론 아닌가? 기특하기도 하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마음 끌리는대로 스케쥴을 만들며 가는

관광이 아닌 진짜배기 여행이 이래서 좋다.

 

가이드가 안내하는대로 다니며 눈으로 보는 주마간산 관광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온 몸으로 체험하는 자유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느낀 주관적인 느낌, 인상, 감정 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임정의 역사나 외형적 건물, 개별적인 유물 등은 여행 중에 체험을

재구성하여 내면화하기 위한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편이다.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그 다음 날 임정을 다시 방문하던  날)

 방명록에 한 줄 남기고 싶어 서명하려는데

언뜻 띄는 이름이 대한민국 축구협회 조중연이다.

그도 경기장에서는 항일 투사 단장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