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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불영사

                                                                      佛映寺(불영사)


 


 


세상살이를 놓으려고 이 모퉁이 돌고 돌 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俗緣(속연)의 굴레를 뿌리치고 또 뿌리치고........


계곡은 속살을 드러낸 채 구비 구비 늘어서서


俗塵(속진) 같은 바닥의 모난 자갈들을 깎고 씻기고.....


그래서 비구니들의 미소는 투명하고 자유롭다



 


 


강은 대체 어디서 흘러왔는가?


절벽은 어디서 뚜벅뚜벅 걸어와 천축산까지 왔는지......


강은 태극이 되어 赤松(적송)을 껴입은 가람을 휘감아 안고

斷崖(단애)는 병풍처럼 강 뒤에 물러나 키를 돋우세우니

필시 큰 잔치의 귀인을 만나기 위해 온 수행자이리라.


  가람 한복판에는 불영지가 거울처럼 고요하다.

수행자들의 거울.

선원의 독경 소리는 비구니들의 화장 소리이다.

예불이나 참선도 비구니 옷 매무새 다듬는 것이었구나.

구름 한 점 피어나듯 찰나의 번뇌도

천 배의 깊이로 연못바닥에 가라앉히고.


 


 


그래서 바람은 숨을 죽이고........


그래서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거울에 피어날 화려한 연꽃 한송이를 기다린다.


불영지에 새겨질 또 하나의 부처를 기다린다.


 


                                                                                  (2002)


 


 


 

(아래 그림은 이호신 님의 수묵화,

풍경 소리에 귀를 고에서

불영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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