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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차라리 당신을 친구로 만났더라면 좋았겠습니다.


때로는 허름한 대폿집에서, 때로는 한여름 콩밭을 매며


당신의 체취를 느끼며 꾸밈없고, 절제되지 않은


자식 사랑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


차라리 당신께서 한량들처럼 살았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여자도 사귀고 풍류도 즐기며 팔자 좋게 살았더라면


십자가에 매달리고 짓누른 제 마음의 빚이 적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차라리 당신을 남으로 만났더라면 하는 욕된 생각까지도 합니다.


천륜의 틀 안에서 죄인의 낙인이 찍힌 채


당신의 노고를 찬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식간에는


은총과 배반의 역사라는


기막힌 말을 듣고


무릎 꿇고 짐승처럼 서럽게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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