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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석산(꽃무릇)의 개화

 

한가위를 넘긴 秋夜의 청량한 기운이

사람의 목덜미 옷깃을 파고든다.

隱逸한 악사들의 연주가

蕭瑟 바람에 뿔뿔이 흩어졌다가 우루루 모인다. 

 

 

여남은 날 전에 연두빛 기둥들이 솟구쳐 오를 때는

그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宿願을 이루려 晩秋의 스산한 뜰에 홀연히 등장한 꽃을

 

꽃무릇(석산)이다.

대엿 그루가 파리해진 훍더미를 헤집고 돋아나더니

이내 대엿 장의 손들이 무대의 장막처럼

간절한 염원을 기원하는 合掌으로

바람마저 숨을 고르며 기다리던 몇날이 지나고

 

 

 

 

 

 

현란한 紅衣를 입은 요정들이 피어난다.

요정들은 길고 가는 허리를 젖히며

열정적인 群舞를 연출하며 황홀케 한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했던가?

결연한듯 세운 직선의 기둥 위에

꽃잎들과 암수술들은 서로 함께 교감하며

아름다운 율동의 극치에 이르려 한다.

 

 

 

 

공간에서 곡선의 미와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본다.

사랑하는 연인은 상대를 포옹하기 위해

두 팔을 벌려 곡선으로 공간을 만들어 포옹하며

서로간에 접촉하는 면을 최대한 늘려간다.

 

 

꽃무릇 꽃잎들은

細腰(세요)의 여인처럼 한껏 허리를 젖히며

요염한 여인의 자태로 귀여움을 발산하며

사랑하는 객체를 포옹할 공간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것들은 미적 영역을 확장하여

개체의 존재 가치를 확대하며

그럼으로써 창조자에게 보답을 하는 것인지

 

    

 

 

차곡차곡 접혀 응축되어 있던

꽃들이 몸을 세워 일어나고

팔을 벌리고 향기를 쏟아내며

저 푸른 창공을 향해 절대적 자유를 누리며

꽃무릇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바람아 불어다오,

바람아 내 향기 올라타게 등을 구부려다오. 

멀리멀리 불어 벌나비를 불러다오

벌나비들이 이 염원을 들어주어

씨앗들이 날아가 온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니......

 

 

 

 

 

꽃무릇은 燦然(찬연)히 타오르는 불꽃이다

불꽃은 陽中의 陽이려니.....

사방으로 放射하는 정열적인 움직임이고 치열한 몸짓이다.

정의를 사수하려 산화한 투사인지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진 비련의 슬픈 추억인지 

이제 그 치열함과 숭고함은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난다.

 

 

석산의  아름다운 자태와 정열적인 율동에 취하며

이 가을은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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