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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가을의 서정 - 토실토실 알밤줍기

 

 

'툭'

풀섶에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에 홀연히 다가오는 깨우침

현상계의 천지만물은 제각기 때가 있는 법이려니

가장 적정한 때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천둥 소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을 한알 한알 주울 때마다

이치를 깨달은듯 끄덕이며 허리를 굽히며 경배한다.

 

 

 

 

 

어떤 귀인을 호위하려 수천개의 철사 창살로 무장하였던고.

무슨 보배들었길래 사방을 가죽 갑옷으로 봉쇄하였던고.

뙤약볕에 별빛이며 비바람 천둥이 넘나들며 합장하여

천상의 담백한 진미담아 낱알들 알알이 영글었으니

아서라 손대지 말아라.  이 진귀한 보물은 奉獻할 제수거늘

 

 

 

 

 

 

세알배기 밤은 자녀 무탈 기원하는 부모의 밤이라네.

두알배기 밤은 백년해로 약속하는 신랑각시의 밤이라네.

홑알배기 밤은  입신양명 기원하는 자식의 밤이라네.

 

 

 

 

 

앗. 저 풀섶에 이마가 보이는구나. 곱기도 고와라.

어. 뒤집힌 밤송이에 박힌 숨은 낱알. 차돌처럼 여물었구나.

 

밤을 주우세 토실토실 영근 밤을 주우세.         허리 굽혀 감사하세 풍성한 하늘님 은혜

밤을 주우세 빛깔 좋은 둥근 밤을 주우세.        이 밤 정갈히 깎아 하늘에 제사 지내세.

 

 

 

 

 

 

세상 사람들아. 세상 만사 어찌 뜻과 같으리오.

성급한 마음일랑 내려 놓으시오

順理를 따르며 기다릴줄 알아야 하오.

저 밤송이 툭 떨어지는 소릴 들어 보구려.

 

 

 

개천절 연휴에 가을의 서정을 주우며

밤을 몇 바구니 가져오며 바짓가랭이에 풀씨를 묻혀오며 

헝클어진 머리칼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천진한 웃음을 짓던.....

 

요건 누구 것, 요건 누구 것이라며

여러 봉지를 나누며 시골 촌부의 후덕한 나눔에

가을볕이 더욱 따사로웠던 

 

서한당에게 품삯으로 이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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