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고독 예찬

 

 

거창읍을 휘감다가 끝내 貫通하며 흘러가는


渭川을 따라 홀로 걷는다.


 


두 강줄기가 시가지를 안고 흐르다가 合流하는 合水에서


서로 다른 혈통의 하천이 몸을 섞어


태어난 황강이 느릿하게 걸으며 


大海로의 긴 여정에 든다.


 


 


 


 


 


나는 오늘 거대한 음모 하나를 꾸민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하고 교묘하게......


벌써 강의 양쪽 줄기에서 그물을 둘러 사람들을 포위한다.


 


물고기 떼를 기다리며 不動의 자세로 숨죽이며 노려보던 어부가


휙∽ 순식간에 그물을 펼쳐 一網打盡하듯.......


 


 



 


 


 


쉿. 진작부터 이 도시에 손을 써두었지.


백주대낮 같이 集魚燈을 켜고


고소한 미끼로 내 그들을 유혹하리라.


 


 


5일장, 백화점, 아파트, 음식점, 노래방, 교회는 큰 집어등이라네.


인간과 자본주의의 속성을 내 잘 알거든.


소유에 대한 갈망과 사회적 관계의 그물코로 튼튼하게 엮어


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매리라.


 


 


 



 


 


 


 


이제 도시는 포로가 되고


한 사람만이 得意揚揚하게 강변을 걸어간다.


 


창백한 잎을 단 멀쑥한 갈대가


칼바람에 맞서며 이 겨울을 견딘다.


 


갈대는 쓰러져도 남에게 기대지 않는다.


마른 갈댓잎에서 신음 같은 바람이 새어 나온다 .


몇몇은 벌써 고개를 꺾고 부서지는 갈대에게서 쇳소리가 난다.


갈대는 무리 속에서도 홀로 존재한다.


 


그런 고독한 갈대를 나는 사랑한다.


 


 


 



 


 


 


세상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한 사내가 오래 걷는다.


 


등 뒤에서 시간이 느릿느릿 걸어가고


한사코 발목을 따라잡으며 걷는 그림자가


외롭게 땅에 눕는다.


 


 


 



 

 

한발을 들고 선 흰 왜가리도 홀로다.

무념무상의 忘我에 들었다.

 

 


 



 


무리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라


스로 무리를 벗어난 것이기에


고독에는 우울도 연민도 없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기 위해서는


머뭇거리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로  충만하다.


 


 


 



 


 


 


모아둔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 고요하다.


시장의 아비규환의 외침도, 여인들의 수다도,


자동차 경적도 무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물새가 수면에 제 깃을 적신 후 푸드득 털어내는 소리와


강물이 堡에서 유희하는 소리 사이에 오랜 침묵이 흘렀다.


 


靜寂은 고독한 이들의 음악이다.


 


 


 



 


 


 


고독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불행도, 우연도 아니다.


오로지 선택된 자만이 향유하는 것이다.


독이 어찌 졸렬한 도피요, 사회적 부적응이랴.


 


나태하고 박약한 의지가 은신하는


그런 비겁한 자들의 동굴이 아니다.


누군가 고독은 용감한 남자들의 몫이라 하였다.


 


 


 



 


 


 


기존의 관념과 질서와 사회적 관계에 순응하지 않음으로써


래될 소외감은 약자들의 두려움이다.


 


고독은 당당한 주체 의식의 바탕 위에서 세워지는 고고한 깃대,


그 위에 펄럭이는 영혼의 자존과 위엄이려니.


 


 


 



 


 


 


天上天下唯我獨尊을 선포한 싯다르타,


面壁修行 선사,


황야로 나가 기도한 예수를 보라.


 


무리들의 동굴에서 벗어나 황야로 달려나가는 飄飄한 함성이려니


신에게 다가가는 이들이 바치는 정신적 순결이요, 정화 의식이다.


 


 


 



 


 


 


안락한 소파도, 문명의 引入線도, 歡樂의 유혹도,


생존경쟁의 아비규환도 건너올 수 없게


강을 건너 둑방길로 들어선다.


 


고독은 자신의 내면에 沈潛하는 일이다.


淸淨한 마음의 호수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며


참된 자아의 값진 보물을 찾아내야 하리라.


 


 


 



 


 


 


고독은 그 청정한 호수로 가는 오솔길이다.


잔잔한 호수는 흔들리지 않는 不動心이다.


탐욕과 유혹과 나태와 교만과


독선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리라.


 


고독의 길로 들어서는 자들은


독립군의 의연함과 기상으로 늠름해야 하리라.


 


 


 



 


 


 

고독은 혁명가의 擧事 前夜의 숨죽인 고뇌다.

고독은 태풍 前夜의  지극한 고요함이다.

고독은 자기와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오랜 기다림이다.

그런 고뇌와 고요함 안에 응축된 힘이 눌려 있다.

未完의 可能態이다.

 


 


 



 


 


고독해졌으므로 이제는 말을 버린다


홀로임으로 이제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진다.


가식과 허위의 표정을 버리고


꾸밈없는 민낯으로 천진의 미소를 머금어야 하리.


 


아! 언제일까. 


寂한 마음의 계곡의 벽에


텅텅 빈 메아리들이 끊이지 않을 날이..... .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룡포 바다의 새벽  (0) 2013.12.21
벽을 쌓아야 할 때  (0) 2013.12.12
동래 한량 문장원의 입춤에 매료되다   (0) 2013.12.04
안강 들판을 걸으며  (0) 2013.11.26
경주에서 서라벌로 상상의 산책  (0) 2013.11.20